구겐하임 미술관
MOMA, 메트로폴리탄, 유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들이 밀집해있는 뉴욕 맨해튼 5번가 일대. 구겐하임은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보석같은 미술관, 다국적 미술관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이야기하면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미술관 건물 그 자체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0세기 건축의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에 의해 설계된 솔로몬 구겐하임은 아래보다 상부가 넓은, 나선형의 원통형 흰색 콘크리트 건물과 간소한 6면체의 건물, 16층의 정방형 격자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라이트는 맨하튼의 직선적인 건축 형태나 미술관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을 모두 깨트리길 원했고, 결국 '정신의 전당(temple of spirit)'으로서 곡선적이고 연속적인 공간을 실현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향후 미술관이 수행할 건축사적 역할을 선언한 셈이 되었다.
부분적인 벽면을 제외하고는 유리창이 전혀 없는 원통형 건물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연결된 궁륭의 유리 천장으로부터 들어오는 자연광이 바닥까지 비치며 아래에서 보나 위에서 보나 360도로 활짝 열린 실내의 공간감이 몹시 시원하다.
이 달팽이 모양의 공간은 작품 전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별관 건물과 소호의 분관을 열면서 이 문제는 해결되었고, 오히려 건물 자체가 관광객 유치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칸딘스키, 몬드리안, 브랑쿠시, 칼더, 샤갈, 클레, 미로, 피카소, 브라크, 라우센버그, 드 쿠닝, 리히텐스타인 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들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미술관 중의 하나로, 그 소장작품의 수도 많으며, 독일계 이민자인 구리 재벌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R. Guggenheim)이 설립한 것이다.
그는 1920년대 후반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추상 회화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여 1937년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을 설립하였고, 뉴욕 이스트 54가에 비구상회화 미술관(Museum of Non-Objective Painting)으로 처음 미술관 문을 연 이래 1952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개명하였으며 1959년에 현재의 자리에 미술관을 세웠다
르느아르, 고갱, 보나르, 세잔과 같은 19세기말 작품에서 20세기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현대미술관으로 미술과 미술교육의 장려, 일반대중의 미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976년 현대회화 수집가인 싼하우저(Justin K. Thannhauser)와 그의 부인으로부터 세잔느, 드가, 고갱, 마네, 피카소, 툴루즈-로트렉, 고흐 등의 작품을 대거 기증 받았고, 같은 해 입체파와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를 포괄하는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Peggy Guggenheim Collection)이 구겐하임 재단으로 이전되면서 소장작품 목록이 더욱 풍부해졌다.
방대한 컬렉션을 소화하기 위해 베니스에 분관을 만들어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을 따로 전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구겐하임의 세계화 전략의 첫걸음이다.
이후에도 1990년, 1960~70년대의 미국 미니멀리즘 컬렉션인 판차 디 비우모 컬렉션(Panza di Biumo Collection) 200여 점을 기증 받는 등 20세기 미술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1992년 토마스 크렌스(Thomas Krens) 관장의 주도하에 구겐하임 재단은 그 기능을 더욱 확장하였다.
솔로몬 R. 구겐하임은 공간을 확충하여 전시 공간을 확장하였고, 동시에 맨해튼 다운타운의 소호(SoHo)에 또 하나의 분관을 오픈하면서 '새로운 구겐하임의 시대'를 열었다.
1997년에는 독일의 베를린과 스페인 빌바오에 각각 분관을 오픈하면서 그 국제적인 입지를 더욱 넓혀나갔고, 1998년에는 온라인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여 'Guggenheim Virtual Museum'을 구축하였다.
구겐하임 버추얼 미술관은 인터랙티브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특별히 구축된, 예술과 이벤트의 전개와 경험에 이상적인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구겐하임에서는 영구 소장품의 전시 뿐 아니라 중요한 작가들을 선정, 기획 전시회도 개최하며 전시 기간에는 작가에 대한 강연회, 슬라이드·영화 상영회도 한다.
20세기 회화, 조각에 관한 도서관도 갖추어져 있으며 영구 소장품들은 다른 미술관이나 교육 목적의 전시회에 대여를 하기도 한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21세기 첫 기획 전시회로 백남준 전을 선택한 것은 2000년 초 문화계의 가장 커다란 화제 중 하나였다.
여전히 백인사회 중심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국제미술계의 풍토에서는 현대미술의 소장품 규모와 수준 뿐 아니라 미술관 건축, 전시기획, 국제적 네트웍, 현대미술계에 대한 영향력 등의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구겐하임의 과감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언론에서도 '백남준의 구겐하임 점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구겐하임이 개최했던 '모터사이클 전'이나 '중국미술 5000년 전'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회고전' 등을 생각해보면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20세기 최고의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선택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